성실한 잡부 생활을 하며 더 높은 급여를 받는 토류판공 직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토류판이란 경사면 흙이 쏟아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작업 순서는 아래 사진과 같이 설치된 H빔 사이에 두꺼운 나무를 꽂고 토류판 뒷 쪽 남은공간에 흙은 채워넣는 것입니다. 흙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튼튼하게 매꿔 주어야합니다.
토류판은 두께에 따라 8T, 10T 등 으로 부르는데 (오래돼서 숫자 단위는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단위 2 차이로 무게 차이가 엄청 난다는 것입니다.
토류판작업을 하며 건설현장에는 기술 특화만 된다면 그것이 전문직무로 될 수 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나무를 H빔 사이에 끼우는 작업처럼 보이지만 토류공들은 팀을 꾸려 현장을 돌아다니며 업무를 수행합니다.
이들이 토류판을 꽂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쓸데없는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고 H빔사이에 정확하고 단단하게 꽂을 수 있도록 전기톱으로 제단을 하며 삽으로 흙을 쌓는 속도는 포크레인을 방불케합니다. 저 같은 잡부 출신과 업무 성과를 놓고 보자면 대략 10배 이상난다고 보면됩니다. 왜냐면 이들은 야리끼리(현장 용어로 맡은 업무 빨리 끝낸다는 뜻이 었던걸로 기억)를 하면 계약한 금액을 받고 집에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루 일당도 용접사들이랑 거의 비슷하게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토류판공으로 가게된 사유는 토류판 팀을 부르기엔 당시 업무량이 많지 않았고, 잡부 대장님들이었던 반장님들은 연세가 많으셔서 시키기가 어려워서 였던것 같습니다. 나중엔 반장님들이랑 같이 했습니다. 이때 제가 나무 꽂는 일을 도맡아해서 정말 D질뻔했습니다. 당시 겨울이었는데, 토류판이 배송온 상태에서 얼어 버리면 하나씩 떼어 내기 위해 오함마로 때려서 분리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물 먹은 토류판은 돈이고 G랄이고 때려 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무거워집니다.
하지만 저는 쓸데 없는 오기를 가진 사나이 입니다. 토류판을 들때 마다 스퀏운동을 한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버텨냈습니다. 이때 소장님이 멀리서 저를 보면서 저 놈 곧 그만 두겠네 라고 생각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는 돈도 벌고 운동도 한다는 생각으로 그만둘 생각이 없었습니다.
일당은 잡부때 보다 약 5만원정도 더 많이 받았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다른곳은 모르겠는데 건설현장은 5시 이후 일을하면 1/2공수 ~ 1공수를 추가로 줬습니다. 그래서 토류판일을 한날 추가 업무를 하면 제법 쏠쏠했습니다.
사실 토류판 팀에 어떻게 들어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용직하다 보면 운이 좋게(?) 들어가거나 저같이 현장에서 급히 필요하면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일듯 합니다.
신호수, 잡부와는 다르게 부상위험도 크고 업무강도도 높지만 기술은 없고 단기간 더 큰돈을 벌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아르바이트로 이 일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아침 체조시간에 스트레칭을 제대로 하고 현장에 투입하길 바합니다. 신체 건강하고 단기간 바짝 돈을 모을 필요가 있다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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