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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알바후기

알바 후기 - 건설현장(측량 편)

by 그래이존 2021.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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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 아르바이트 마지막편입니다.

토류공으로 일을 하다가, 소장님께서 어느날 측량기(오토레벨)를 쥐어 주시고, 현장에 같이있던 토목기사에게 사용법을 알려주라는 지시를 내리셨습니다. 사용법을 듣고 포크레인 기사님과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딱히 어려운건 없고, 기준점에 맞춰 설정을 하고 계산을 해서 해당 위치에서 기사님과 알맞는 깊이로 땅을 파나가는 것이었습니다.

 

토목현장에서 일용직으로서 측량 일은 딱히 어렵지 않았습니다. 레벨기로 기준점을 잡고 아래 왼쪽 기다란 자로 땅의 깊이를 측정해서 얕으면 파고 깊으면 흙은 쌓으면됩니다. 하지만 판단이나 계산을 잘못해서 반대로 땅을 파거나 흙을 쌓으면 하루 일당 30만원이 훌쩍 넘는 포크레인 일당을 깎아 먹는 결과를 초래해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약간 부담감은 있지만 토목현장에서 했던 일 중 육체 노동 + 정신적 노동의 밸런스가 가장 잘맞는 직무였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일할 당시 한 달에 한번만 의무적으로 현장 전체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래서 한달에 많아야 두번 정도 쉬었고 그 외에는 항상 출근해서 일을 했습니다. 요즘엔 예전보다 쉬는 날도 많아서 정규직으로 일을 하게 된다면 워라밸이 조금이나마 나아졌을거라 생각합니다.

 

소장님께서는 저를 정규직화 하기 위해 설득하셨습니다. 토목회사는 젊은사람이 많이 없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소장님께서는 종종 토목기사로 입사 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금융권 입사를 위해 공부하는 중이었고, 토목기사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토목학과나 건축학과를 나왔다면 재밌게 평생일했을것 같습니다. 현장 체질이라 사람들이랑 웃고 부딪히는데 재미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당시 현대해상 면접을 앞두고 있었고, 오직 금융권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장고 끝에 거절을 했습니다. 토목기사로 일했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긴 합니다.

 

저는 실내 인테리어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현장, 육체노동, 영업에 대해 거부감이 덜합니다. 오히려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하고 나면 뿌듯하고 더욱 활기가 돌았습니다. 대학 선배들이 금융 회사를 가서 나도 아무생각없이 영업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마주하는 일이니까, 돈을 많이 주니까 라고 생각하며 맹목적으로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중소기업도 다녀보고, 대기업 계약직으로 일도해보고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땀은 신성합니다. 현장직, 사무직을 가리지 않고, 책임감을 갖고 열정을 다한다면 어떠한 일도 천한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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